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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1 | 대남문 가려다가 안 감그림일기 2023. 9. 11. 18:43
다시 일상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북한산 등산이었다. 덜그럭거리지만 무릎은 영원히 소중하니까 백운대든 어디든 정상까지 가는 건 생각하지도 않았다. 대남문 쪽으로 천천히 걸어야지 생각했고 어무이도 동행했다.
초점 와이라노 백운대로 가는 [가파른 길, 완만한 길 분기점]까지 가는 길. 자동차도 지나다니는 빙빙 돌아가는 길이 있고 이렇게 계곡을 따라 가는 계곡길도 있다. 다 좋은데 한 가지 단점이라면 사람들이 많이 발걸음하지 않는다는 존재감이 산책로 곳곳에 배어 있다. 혼자 가기엔 꽤 쓸쓸할 것 같다.
산을 엄청 좋아하는 편은 아니고 싫어하지도 않는다. 산은 그냥 산이다. 산은 산행할 때보다는 멀리서 바라보는 걸 선호한다. 윤곽과 디테일이 한 눈에 들어오는 구조감에서 경외감이 느끼는 기쁨이 있다.
계곡길은 옛날에 한 번, 돌아오는 길에서 들른 적 있다. 드문드문 기억나는 장소들이 있는데 개중 하나가 이 절 같은 장소와 길을 따라 서있는 꽃. 이따금씩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안도했다.
사람이 있어야 할 곳에 사람이 없는 풍경에 눈이 가더라.
대남문까지 가는 길은 너무나 지루했다. 처음에도 지루했던 기억이 났다. 도저히 대남문까지 갈 자신이 없어서 어무이와 중간에 회차했다. 앉기 좋은 바위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휴식을 취하며 어무이가 준비해주신 김밥, 샌드위치로 허기를 채웠다.
꼭 가보고 싶었던 스타벅스 더북한산! 좋았다. 스타벅스는 늘 잘하네. 높지 않은 지대에서 시야를 방해받지 않고 북한산을 오롯이 볼 수 있었다. 어무이께 큰 거 해드릴 게 없는 불효자라 어디 가서 자랑이라도 조금 해보시라고 가본 것도 있다. 키키.
테라스 자리도 잘 되어 있었다. 오픈런을 해서 왔으면 햇빛도 안 뜨겁고 대기도 서늘할 테니 딱 좋았을 것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