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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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는 것에 대하여생각단상 2022. 11. 5. 18:51
좋은 풍경을 볼 때면 사랑하는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진다. 슬픔을 나누면 절반이 되고 좋은 것을 나누면 두 배가 된다. 이 사진을 찍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떠올라서 꼭 남겨야지 했는데 버스로 이동하는 사이 다 잊었다. 분명 우선 순위가 높은 생각이었는데 까마득히 잊어버렸다. 기억 나는 건 애써 누르고 있던 우울감들이 울컥 올라왔었다는 것. 올해가 끝나가고 있음을 알리는 기분 좋은 찬 공기. 오늘이 머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주황색 빛의 스펙트럼. 오랜만에 친구들과 대학생 때로 돌아간 듯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지만 가슴이 꽤나 공허하다. 분명 즐거웠는데.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에 대한 많은 생각이 든다. 내게 우울감은 삶의 동반자 같은 존재다. 달갑지 않지만 떼어내버릴 수 없다. 이를 밖으로 나타내고 싶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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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방정식은 없다생각단상 2022. 9. 24. 18:07
성공하는 사람은 노력했겠지만 노력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식상한 말. 누군가는 '노력하는 거 별로 의미 없는 거 아니냐'는 냉소적이 반응을 보이고 다른 이는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노력을 멈추면 안 돼'라고 생각한다. 생각의 방향은 회색지대가 잘 없고 양분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듯하다. 생각의 매 분기마다 보통 두 개로 나뉘는데 분기가 대단히 많고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뇌에서 일어나는 시냅스 반응이 생각보다 빠름) 결과에 도달했을 때 그 과정을 복기해보면 많은 줄기를 발견하게 되는 게 아닐까. 하나의 그림으로 보면 복잡해보이지만 하나하나 보면 이진법처럼 1 아니면 0인 거지. 돈을 적당히 많이 벌면 바로 허세가 생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자신보다 돈 많은 사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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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너와 나의 규약생각단상 2022. 9. 23. 13:46
커피를 좋아하지만 애호가까진 아닌 것 같다. 정말 좋아하면 대상에 대해 여러가지 넓거나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다. 아직은 그냥 막연하게 언젠가 카페를 열고 싶고 커피를 마실 때마다 어떤 커피가 맛있는지 몸과 마음에 새기는 정도. 연희동에 있는 프로토콜은 이름부터 평범한 인상은 아니었다. 프로토콜이라는 말은 대부분 IT 업계, 특히 개발 직군에서 주로 쓰는 용어다. http의 p가 프로토콜의 두음문자어인데 쉽게 말해 모두가 지켜야할 약속이다. 분위기도 좋지만 커피 맛이 좋아서 특히 더 애정하게 됐는데 어제, 오늘 1주년을 기념한 스페셜 블렌드의 아메리카노가 한정 수량으로 판매된다. 대부분의 카페에서 원두의 특성을 설명하는 문구는 대부분 미사여구인 경우가 많았다. 오크니 초콜릿이지 딥이니, 먼저 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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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생각의 생각생각단상 2022. 9. 8. 20:07
개와 늑대의 시간. 대지를 은은하게 감싸는 따듯한 온기와 가을을 알리는 선선한 대기. 요즘 날씨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다. 오후의 날씨는 구름 없이 청명하고 미세먼지가 거의 없는 덕에 시선이 어딜 향하든 그 끝에 닿는 건 흐림 없이 명료하다. 햇빛은 따갑다 못해 뜨겁지만 여름 햇빛과는 질감부터 다르다. 마르고 뾰족한 광선이 우리의 그늘을 벗겨낸다. 길을 거니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의식을 하더라도 밀어낼 수 없는 충만함 같은 것이 보인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마스크를 벗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구속으로부터 합법적으로 해방됐다. 금리는 오르고 집값은 아래로 불안정하며 주식, 코인 등의 투자판은 얼음장 같다. 이를 알리 없는 시간은 꾸준하게 흘러왔고 조금씩 느껴지는 연말의 기운에 코 끝이 저릿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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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생각단상 2019. 12. 15. 13:12
스스로 변하지 않고는 상황을 바꿀 수 없다.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한테 과실을 따다 줄 사람은 부모뿐이다. 손이 더럽혀지더라도 직접 땅을 짚고 일어나 고개를 들고 손을 뻗어 올려야만 과일을 손에 쥘 수 있는 것이다. 손 더러워지는 게 싫어서 일어나는 게 힘들어서 퍼질러 앉아 있는 사람은 그냥 그렇게 앉아 있다가 생을 마감하거나,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이 들 때야 일어날 것이다. 결국에 일어날 거라면 뭉그적거리지 말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건 일견 쉬워 보이는데 한 마리 토끼를 제대로 잡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선택과 집중을 해도 한 마리를 취하기 어렵다면 두 마리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꿈은 꿔도 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한 마리도 잡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꿈도 꾸지 마라. 목표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