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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의 생각의 생각
    생각단상 2022. 9. 8. 20:07

    개와 늑대의 시간.

    대지를 은은하게 감싸는 따듯한 온기와 가을을 알리는 선선한 대기.

     

    요즘 날씨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다.

    오후의 날씨는 구름 없이 청명하고 미세먼지가 거의 없는 덕에

    시선이 어딜 향하든 그 끝에 닿는 건 흐림 없이 명료하다.

    햇빛은 따갑다 못해 뜨겁지만 여름 햇빛과는 질감부터 다르다.

    마르고 뾰족한 광선이 우리의 그늘을 벗겨낸다.

     

    길을 거니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의식을 하더라도 밀어낼 수 없는 충만함 같은 것이 보인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마스크를 벗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구속으로부터 합법적으로 해방됐다.

    금리는 오르고 집값은 아래로 불안정하며 주식, 코인 등의 투자판은 얼음장 같다.

    이를 알리 없는 시간은 꾸준하게 흘러왔고 조금씩 느껴지는 연말의 기운에 코 끝이 저릿하다.

     

    모든 걸 할 줄 안다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할 줄 모른다는 것.

    모든 걸 좋아한다면 아무 것도 좋아하고 있지 않은 것.

    뾰족하지 않은 것은 둥근 것이 아니라 그냥 뾰족하지 않은 것.

    뾰족해야 할 것이 뾰족하지 않은 것이므로 사실상 무쓸모가 된 것.

     

    분명 치열했다.

    이겨내왔다.

    언제나 지지받은 건 아니지만 비난받을 일도 아니었다.

    수많은 비바람을 뚫고 높든 낮든 일단 오르기로 한 산은 꼭 올라갔다.

     

    다들 어떻게 사는가.

    내가 이렇게 생각의 홍수에 잠겨가는 동안

    그대들은 메마른 땅, 진흙탕, 첫눈 내린 들판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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