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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는 것에 대하여생각단상 2022. 11. 5. 18:51
좋은 풍경을 볼 때면 사랑하는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진다. 슬픔을 나누면 절반이 되고 좋은 것을 나누면 두 배가 된다. 이 사진을 찍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떠올라서 꼭 남겨야지 했는데 버스로 이동하는 사이 다 잊었다. 분명 우선 순위가 높은 생각이었는데 까마득히 잊어버렸다. 기억 나는 건 애써 누르고 있던 우울감들이 울컥 올라왔었다는 것. 올해가 끝나가고 있음을 알리는 기분 좋은 찬 공기. 오늘이 머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주황색 빛의 스펙트럼. 오랜만에 친구들과 대학생 때로 돌아간 듯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지만 가슴이 꽤나 공허하다. 분명 즐거웠는데.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에 대한 많은 생각이 든다. 내게 우울감은 삶의 동반자 같은 존재다. 달갑지 않지만 떼어내버릴 수 없다. 이를 밖으로 나타내고 싶지 않아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는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즐거운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어릴 때부터 꾸준하게 해왔던 생존법이었다. 밝고 재미있는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므로 인간관계를 꽤 넓게 만들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물이 있었다. 그렇다고 우울감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의식적으로 소외시킨 감정이었다. 어쩌다 보니 자신을 잃어가는 기분이다.
그래서, 나를 나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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